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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낭송 #현대시 #시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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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에 닿지는 못하지만 / 오규원
저기, 바다는 묘지처럼 배를 부풀리고
해변의 떼찔레꽃은 바닷새처럼 떨어진다.
그대, 바다로 오라
누구나 바다에 닿지는 못하지만
옷 벗은 사람을 만나리라
오규원, 『길 밖의 세상』, 나남, 19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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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아 아직도 너는 기억하니 / 이성복
내 마음아 아직도 기억하니
우리 함께 개를 끌고 玉山에 갈 때
짝짝인 신발 벗어 들고 산을 오르던 사내
내 마음아 너도 보았니 한 쪽 신발 벗어
하늘 높이 던지던 사내 내 마음아 너도 들었니
인플레가 민들레처럼 피던 시절
민들레 꽃씨처럼 가볍던 그의 웃음 소리
우우우, 어디에도 닿지 않는 길 갑자기 넓어지고
우우, 내 마음아 아직도 너는 기억하니
오른손에 맞은 오른뺨이 왼뺨을 그리워하고
머뭇대던 왼손이 오른뺨을 서러워하던 시절
내 마음아 아직도 기억하니 우리 함께 개를 끌고
玉山에 갈 때 민들레 꽃씨처럼 가볍던 그의 웃음소리
내 마음아 아직도 너는 그리워하니 우리 함께
술에 밥 말아 먹어도 취하지 않던 시절을
이성복, 『남해금산』, 문학과지성사, 19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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法 / 이시영
사람은 사람을 기쁘게 하기 위해
이 세상에 왔다
부처란 무엇이냐
자기 안의 기쁨을 발견하는 자의 고통스런 미소 아닌가
초록아 눈을 떠라
내가 너희를 날선 칼로 버히겠다
천지가 흰 뜨물뿐인 눈부신 이 세상에
이시영, 『길은 멀다 친구여』, 신천문학사, 1988.
출처: 오규원, [현대시작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