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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공감 - 친정엄마
▶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 딸과 친정엄마
전북 진안의 금마곡마을은 원주 원씨의 집성촌. 이곳에서 팔순의 연세에도 천여 평(3,305㎡)의 밭농사를 혼자 지어 5일장에 내다 파는 이정녀(80)씨는 자나 깨나 일 밖에 모르는 ‘일벌레’다. 다른 엄마들처럼 살갑지도 않고 무뚝뚝한 데다가 쉴 줄도 놀 줄도 모르고 평생 일만 하는 엄마가 딸들은 불만이었다. 땡볕에 그을려 주름진 얼굴, 마디 마디 옹이가 박힌 손. ‘내가 멍청해서 그렇지’라며 그저 일 밖에는 다른 무엇도 쳐다보지 않았던 어머니의 지나온 세월이 답답하기도 했고 속상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누군가의 엄마가 되고 중년의 문턱에 들어선 어느 날...
어머니에게 요령이 없었던 것이 아니라, 아버지의 몫까지 대신해 여섯 남매를 길러내기 위한 인내와 희생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그제서야 ‘요령 없는 일벌레’어머니가 태산같이 느껴졌다.
▶ 일 안 도와줘도 돼. 오는 것만으로도 고마워
이정녀씨와 같은 마을에 사는 전태순(75)씨 역시 원주 원씨의 일가다. 밭에서 배추며 호박, 고들빼기, 온갖 채소를 뽑아다가 5일장에 나가 좌판을 펼치는 태순씨. 오늘은 태순씨 옆에 큰딸이 와서 장사를 거든다. 엄마를 꼭 닮은 큰딸은 용인에서 살지만 주말이면 불원천리 내려와, 농사일도 돕고 장사도 돕고 한참동안 수다도 떨어주는 효녀다. 딸들이 와서 일 도와주기를 바란 적 없다는 친정엄마는, 그저 와주는 것만으로도 고맙다. 직장 다니랴, 집안일 하랴, 아이들 키우랴. 얼마나 힘에 부칠까 싶어 친정에 와있는 동안에라도 손가락 까딱 안하고 편안하게 쉬고 가라 한다.
그러니, 세상의 모든 딸들에게 친정이란... 세상에서 가장 편안한 곳인가 보다.
▶ 육십이 넘어도 친정엄마가 좋다
이정녀씨의 윗동서인 박점님(80)씨에겐 딸이 셋 있다. 맏딸인 원정순씨와 어머니 점님씨의 나이 차이는 열여섯. 희한하게도 꼭 닮은 얼굴이 친자매 같은 모녀다. 예순을 넘긴 딸은 살림이라면 똑 소리가 나면서도, 친정엄마에게 파김치 담는 법, 추어탕 끓이는 법을 묻고 또 묻는다. 자신도 누군가의 친정엄마가 되었지만, 친정엄마 앞에서는 여전히‘어설픈’딸이고 싶다.
고향집 마당에 들어서서 친정엄마의 얼굴을 마주하는 순간 딸들은 깨닫는다.‘친정엄마’란 그 존재만으로도 위로와 치유라는 것을 효심 좋기로 소문난 원주 원씨 딸들의 눈물 반, 웃음 반 친정나들이에는 어떤 이야기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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