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나라가 움직였다는 소식에도 의자왕은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신라의 김유신은 6만의 군사를 이끌고 백제공격을 준비하였다. 백제의 마지막 충신 계백장군이 결사의 정신을 가다듬고 말했다.
"오늘날 백제가 하루아침에 큰 위기에 빠져버렸구나! 왕이 저 모양 저 꼴이라도 나는 결사대를 이끌고 마지막 까지 항전하여 백제를 지킬 것이다!"
한편 의자왕을 깨우치려 바른말을 하다 옥에 갇혀버린 성충은 탄식하며 말했다.
"나라가 풍전등화의 위기에 처해있는데 대왕께서는 정신을 못 차리고 계시니 어찌한단 말인가? 할 일이 많은데 여기서 이러고 있으니 개탄스럽구나!"
하지만 옥중에 할 수 있는 일이란 없었다. 그는 단식을 통해 의자왕을 깨우치려 했는데 28일이 지나도 왕은 주색잡기에 여념 없었다. 한달간의 단식으로 몸은 돌이킬 수 없을 지경이 되었고, 그는 생이 꺼져가고 있음을 느꼈다. 죽어가는 중에도 성충은 백제를 구하는 계책을 마련하였다. 하지만 옥에 갇힌 신세라 계책을 전할 방법이 없었으니 성충은 혈서를 쓰기 시작했다.
"충신은 죽어도 임금을 잊지 않는 것이니 한 말씀 아뢰고 죽겠습니다. 신이 항상 형세의 변화를 관찰하였는데 반드시 전쟁은 일어날 것입니다. 무릇 전쟁에서는 반드시 지형을 잘 살펴 선택해야 하는데 상류에서 적을 맞아야만 나라를 보전할 수 있을 것입니다. 만일 다른나라 병사가 오거든 육로로는 탄현(炭峴)을 지나지 못하게 하고, 수군은 기벌포(伎伐浦)의 언덕에 들어오지 못하게 하여, 험준한 곳에 의거하여야만 막을 수 있습니다."
마지막 혈서가 의자왕에 전해졌지만 그는 콧방귀도 뀌지 않았다.
"성충이 누구냐? 그리고 이 혈서는 다 무엇이냐? 골치 아프다 술이나 마시자!"
보다못한 흥수가 울며 간하였다.
"폐하... 성충의 계책을 따르셔야 합니다. 술과 계집을 멀리하시고 나라를 구하시옵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