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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분 클래식의 스핀오프 컨텐츠 '6분 새문학'
따끈하고 핫한 신간 소설을 6분 안에 읽어보세요!
클레어 키건, 『이처럼 사소한 것들』
1968년 아일랜드 위클로에서 태어난 클레어 키건은 1999년 첫 단편집 『남극』을 시작으로 총 4권의 책을 낸 과작(寡作)의 작가이자 단편소설 창작에 주력하는 작가이기도 합니다. 아일랜드 문학계에서 주목받던 그가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리게 된 계기는 2009년의 『맡겨진 소녀』 때문입니다. 부모나 버리다시피 맡겨 둔 먼 친척의 집에서 조금씩 세상에 눈을 떠 가는 한 소녀의 이야기인데요. 중편 분량의 이 작품은 작가 특유의 암시와 상징, 생략과 축약이 잘 드러나 있습니다. 오늘 소개해 드린 『이처럼 사소한 것들』 역시 분량이 길지 않지만 여러 번 읽지 않을 수 없는, 높은 밀도와 강한 여운이 특징적인 소설입니다.
이야기는 1985년 아일랜드의 작은 도시에 살고 있는 ‘빈 펄롱’으로부터 시작합니다. 석탄·목재상인 펄롱은 현재 아내 그리고 다섯 딸과 평범한 가정을 꾸려 살아가고 있지만 유년기의 기억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어린 나이에 그를 임신했던 엄마는 일찌감치 사고로 생을 달리했고 아버지가 누구인지 알지 못한 채 한 사려 깊은 부인의 품에서 그는 성장했습니다. 과거에 머무르지 않고 자신의 삶을 꾸려가겠다는 일념 아래 펄롱은 고된 일상을 견디고 있지만 불쑥 떠오르는 자신의 과거를 좀처럼 떨쳐내지 못합니다. 그러던 중 우연히 방문한 수녀원에서 마치 예전 자신의 어머니처럼 미혼모가 되어 학대, 감금당하는 여자아이들을 목격하게 됩니다. 자신을 좀 데려가 달라는, 이곳으로부터 벗어나게 해달라는 간절한 요구를 맞닥뜨린 펄롱은 고민을 시작하게 됩니다. 자연스럽게 자신의 유년기를 더욱 자주 떠올리게 되고 그는 결국 과거에 대한 어떤 ‘힌트’를 얻으면서 부인과 이웃들의 조심스럽고도 강한 만류에도 불구하고 과감한 ‘선택’을 하게 됩니다.
우선 이 소설은 형식적, 서사적 측면에서 단편소설의 미학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인물이나 사건을 적재적소에 효율적으로 배치하는 것은 물론이고 한 문장 한 문장을 그냥 넘길 수 없게 하는 힘이 있습니다. 그렇다고 이 소설이 시적이라거나 관념적인 것은 아닙니다. 일상의 묘사와 대화에서 상징과 암시는 자연스럽게 생겨나고, 작가는 이렇게 묻습니다. 이토록 우울하고 비관적인 세계에서 그래도 조금의 평안함을 누리고 있는 누군가가 어떻게 ‘위대한’ 용기를 낼 수 있는가 하고요. 그리고 우리의 삶을 이루고 있는 것이 엄청난 진리나 가치가 아니라 “사소한 것”임을 작가는 말합니다.
이 소설의 이야기는 실제 아일랜드의 모자 보호 감금 시설 막달레나 세탁소를 모티프로 하고 있습니다. 종교적 신념으로 위장해 약자를 장기간 학대하고 노역에 동원한 사례는 한국 사회에서도 낯선 일이 아니죠. 클레어 키건의 『이처럼 사소한 것들』을 통해 새삼 그런 진실들이 세상에 어떻게 알려질 수 있었는지 생각해 보게 됩니다. 아마도 대단한 사명감이나 투철한 정신이 아니라 사소한 양심과 용기가 모여서 세계는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겠죠. 버림받았던 한 사람의 내면이 단단하게 성장해 작은 변화를 일으키기까지, 이 소설을 통해 그 여정에 함께해 보셨으면 합니다.
낭독 및 내레이션 │김성현, 장윤실 배우
평론 │노태훈 문학평론가
일러스트레이터 │이나헌 작가
『이처럼 사소한 것들』을 교보문고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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