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독의발견#조윤범
클래식을 대중에게 강연하는 연주자가 있다. 그의 음악 강연을 듣고 있으면, 300여년 전 활동했던 베토벤과 모차르트가 이 세상 어디쯤에 살아있는 것만 같다. 현악 4중주단 ‘콰르텟엑스’의 리더이자 바이올리니스트 조윤범이 낭독무대에 올라 열정 속 감춰둔 여린 속내를 드러낸다.
말하는 연주자, 클래식이 다가오다
　강연과 연주를 동시에 하는 독특한 시도로, 클래식 음악계의 ‘이단아’ ‘괴물’로도 불리는 그의 첫 낭독은 헝가리의 작곡가이자 음악 교육가인 졸탄 코다이의 글. 일 년에 250~300회 연주를 하는 그는, 바쁜 일정에도 책을 가까이 한다고. 특히 새로운 도전을 할 때에는 책을 통해서 아이디어를 얻는다고 말한다. 이어지는 낭독은 고등학교 시절 만나 큰 충격을 안겨준 보들레르의 詩 이방인
“그렇다면, 너는 도대체 무엇을 사랑하느냐. 불가사의의 이방인이여? /
나는 구름을 사랑하오… 흘러가는 구름을… 저기… 저기… 저 찬란한 구름을”
　　　　　- 보들레르 詩 「이방인」中
현악 4중주로 연주되는 - 하이든 曲 농담 생상스 曲 죽음의 무도
‘콰르텟엑스’의 리더인 그는, 사람들이 잘 모르는 현악 4중주의 매력을 알리는 일에도 열정적인데. 이날 무대에서 하이든 작곡의 농담과 생상스의 죽음의 무도연주가 펼쳐진다. 연주에 앞서 짧게 곡을 소개하는 조윤범. 속사포 같은 말투와 거침없는 유머로 관객들의 마음을 무장해제 시키고.. 객석은 유쾌한 연주에 빠져든다.
영화를 좋아하는 조윤범, 음악을 사랑하는 감독을 만나다
이날 호로비츠를 위하여로 인연을 맺은 권형진 감독이 특별히 낭독무대에 오른다. 영화 호로비츠를 위하여에 단역으로 출연한 콰르텟엑스. 악보를 볼 줄 모른다고 고백할 정도로 음악의 문외한인 권감독은, 영화촬영이 끝난 후에도 콰르텟 엑스의 공연을 찾는 등 계속 인연을 맺어오고 있다고. “클래식을 쉽게 설명해줘서.. 베토벤은 길 건너쯤에 살고 있는 것 같이 생생하다”며 치켜세우는 권형진 감독. 그가 조윤범에게 들려주는 낭독은 노희경 작가의 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중의 한 대목. 청력을 상실했지만, 아들의 연주회는 빠지지 않는 조윤범의 어머니를 가만히 소개한다.
“내가 그녀를 사랑했다는 걸, 목숨처럼 사랑했다는 걸 그녀는 알았을까.
지금까지 숱한 날들을, 그녀로 인해 울음 운다는 걸 그녀는 알까?
제발 몰라라. 제발 몰라라”
　　　- 노희경 에세이 「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中
청력을 상실한 어머니를 위한 ‘보는 연주회’
권형진 감독의 낭독을 듣던 조윤범의 눈가가 슬며시 젖어든다. 연주자인 아들을 두었음에도 듣지 못하시는 어머니가 가슴 아팠다는 그. 하지만 어머니는, 그가 연주하는 표정과 동작을 통해 곡을 가슴으로 이해했다며 기뻐하셨다고. 클래식을 잘 모르는 관객을 위해서 준비한 커다란 동작과 표정연기가.. 청력을 상실한 어머니의 마음에 닿았다는 말을 조심히 꺼내는 조윤범. 이내 쑥스러운 듯 미소를 보인다.
마지막으로 낭독하는 글은 스티븐 잡스의 스탠포드 대학 졸업축사중 일부. 힘들 때마다 인생의 롤 모델로 스티븐 잡스를 떠올리며 이겨낸다는 그. 앞으로도 계속될 도전을 향한 지칠 줄 모르는 열정을 드러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