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밥상 (목요일 저녁 7시 40분 KBS 1TV)
“뜨거운 겨울 바다의 추억 - 아귀” (2012.02.09 방송)
입이 몸통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큰 겨울 생선, 아귀. 아귀는 오래전부터 잡혔던 생선 중 하나이지만 너무 흔하게 잡히는데다 흉측한 생김새 때문에 어부들에게는 천덕꾸러기였다. 그렇다면 언제부터 아귀는 한국인의 밥상에 오르기 시작했을까?
아귀는 부위별로 각각 다른 맛을 내며 고단백 저칼로리음식으로 영양 면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으면서 지금은 없어서 못 먹을 정도로 귀한 대접을 받고 있다. 이번 한국인의 밥상에서는 아귀찜의 본고장인 마산과 섬마을 고대도에서 주민들이 즐겨먹는 다양한 아귀 음식을 통해 그 속에 담긴 가난하고 보잘 것 없었던 옛 겨울날의 추억을 맛본다.
☐ 버려지던 못난이에서 귀한 대접을 받는 생선으로
“아귀는 말 그대로 버릴 것이 없어요.”
새벽 1시 대천항에서 배로 약 2시간 정도 떨어진 곳. 그물을 끌어올리는 어부들의 손이 바쁘다. 평생 배를 탔던 부모님의 대를 이어 뱃일을 시작한지도 벌써 12년째인 박대현 씨(36). 겨울이 제철인 아귀를 잡기 위해 매서운 바닷바람에도 하루도 거르지 않고 바다로 나오는 박대현 씨의 하루를 따라가 본다.
☐ 마산과 아귀찜 … 한국전쟁 이후에 정착한 새로운 음식 문화
겨울이면 옥상에 아귀를 말리는 냄새가 진동을 하는 마산은 아귀 요리의 본고장이다. 특히 마산에서는 생 아귀가 아닌 말린 아귀로 조리해 매콤하면서도 알싸한 식감이 특징이다. 그렇다면 왜 마산아귀찜이 유명해지게 된 것일까? 그 배경에는 한국전쟁 이후 많은 피난민들이 마산에 정착, 이후 먹을 것이 절대적으로 부족해지면서 버려지던 아귀를 이용한 음식 문화가 발달됐던 것으로 추정된다.
☐ 평생 아귀 밖에 몰랐던 마산 어머니들의 특별한 이야기
마산의 한 골목에서 50년 가까이 아귀찜을 만들어 온 박영자 씨(89). 겨우내 말린 아귀에 토종 된장으로 맛을 낸 아귀찜은 마산아귀찜의 역사와 함께 했다고 과언이 아니다. 혹시 맛이라도 변할까 불편한 몸을 이끌고 매일 주방으로 들어서는 박영자 씨를 통해 그동안 변함없이 지켜져 온 아귀찜을 맛을 찾아가본다.
빈손으로 고향 논산을 떠나 마산 어시장에서 아귀를 판 지 35 년째인 김옥순 씨(70)와 어머니의 일을 돕기 위해 장사에 뛰어든 아들 3형제. 아귀를 다루는 일이 고생스럽고 힘든 일이지만, 서로에게 힘이 되고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기에 행복하다고 말하는 김옥순 씨네 가족의 이야기를 만나본다.
☐ 섬마을 고대도, 겨울바다의 보물들로 밥상을 차리다.
태안반도의 남쪽에 위치한 작은 섬, 고대도(古代島). 제주도에서 이곳까지 올라와 조업을 하던 배의 닻을 묶어 두었던 돌이 남아 있을 만큼 고대도는 어자원이 풍부한 섬이었다. 지금은 배들은 모두 대천항으로 가고, 마을에서는 공동으로 하루에 한 두 차례, 조개와 석화를 캐는 작업을 한다. 고대도에서도 아귀는 흔해서 버려지던 생선이어서 한때는 아귀의 껍질을 벗겨 공을 만들어 가지고 놀았다는 추억을 풀어 놓는 마을 주민들. 음식 역시 솔잎을 깔고 아귀를 통째로 찜통에 찌거나 쌀뜨물에 말린 아귀를 넣고 만드는 아귀 젓국은 이곳에서만 맛볼 수 있는 별미이다. 유일한 삶의 터전인 바다를 안고 살아가는 고대도 주민들의 밥상을 만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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