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인화의 새길을 찾아서 - 문인화가 정향자 | KBS 문화스케치 2022.09.26 방송
30대에 서예로 처음 먹과 만나 문인화를 그리다 공모전에 입상해 문인화가로 데뷔한 정향자 작가. 하얀 여백에 검은 먹으로 그림을 그리고 한자로 글귀를 적어넣는 문인화는 수천년을 이어온 역사답게 진중하고 오래된 멋이 있지만 한편으로는 늘 같은 공식만 반복해야 하는 작업이다.
기존의 도제식 방식에서 벗어나 문인화도 새로운 방식으로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그녀만의 고민은 하얀 여백이 아닌 어두운 여백을 가진 그녀만의 문인화를 탄생시켰다.
세 장의 한지를 겹친 삼합지에 아교를 바른 후, 그 위에 먹물을 양껏 흩뜨리는 것으로 시작하는 작업은 이내 검은 먹물 위로 분채 물감을 흩뿌리는 작업으로 이어진다. 먹이 한지에 스며들고, 그 위에 채색을 하면 종이와 먹이 추가로 채색 안료와 서로 끌어당기고 스며들고 혼합함으로써 새로운 색이 발현되는 놀라움을 작가만의 독창적인 아이디어로 해석한 것.
작가가 의도하지 않았지만 색과 색이 서로 뒤엉기며 오묘한 바탕을 만들어내면 그 위에 옻칠을 해 바탕을 고정하고 이번엔 석채를 아교에 개어 그림을 올린다. 올린다는 표현을 쓰는 이유는 그려지는 게 아니라 형체를 이루며 입체적으로 표현되기 때문.
어두운 여백에 수놓아진 고목에서 피어난 몇 송이의 꽃들은 세상을 향한 희망과 소망을 표현하는 그녀만의 언어다.정통 문인화 기법이 아니란 이유로 쓴소리도 많이 들었지만 수 천 년을 이어온 문법에 새로운 방식을 덧입혀 좀 더 유연한 방향성을 찾아보고 싶었다는 정향자 작가.
그녀가 개척해 가고 있는, 세상에 본 적 없던 새로운 문인화의 길을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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