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민의 집에서 발견된 양반집 며느리의 시체
1904년 6월 3일. 마을 존위 최상보의 신고로 변사사건이 접수되자 문경 군수
김영연은 즉시 현장으로 출동했다. 목을 맨 채 죽은 사람은 양반집 며느리 황씨 부인.
그녀의 죽음은 처음엔 단순 자살처럼 보였다. 하지만 주변사람들을 심문한 결과
황씨 부인이 죽기 전에 천민 정이문이 그녀를 겁탈하려 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그러나 이를 부인하는 다른 증인의 등장으로 사건은 점점 미궁으로 빠져들었다.
- 죽은 자가 말한다 : 자살인가, 타살인가?
사건의 단서가 좀처럼 잡히지 않자 문경 군수 김영연은 검시(시체에 대한 조사)에
나서게 된다. 죽은 황씨 부인의 가슴, 갈비뼈, 볼기 등 온 몸에서 구타의 흔적들이
발견됐다. 특히 정수리 부분은 심하게 찢겨진 상태였다. 그러던 중 황씨 부인의
목에 난 상처가 발견되고 목의 상처는 이 죽음의 진실이 어디에 있는지 말해주기
시작한다.
- 조선의 법의학 지침서, [증수무원록]
조선시대에는 다양한 도구를 이용해 살인사건을 해결했다. 한밤 중에 칼로 수차례
찔린 시신, 유력한 용의자는 있으나 확증이 없는 상태에 증수무원록은 범인을
잡는 결정적 자료를 제시한다. 칼을 불에 달궈 고농도의 초를 부으면 혈흔이
나타난다는 기록은 사건의 범인을 밝혀내기도 했다.
또한 은비녀, 생닭, 식초, 파 등의 도구를 통해 살인사건을 해결했다. 이처럼
증수무원록은 당시 과학 기술이 총집합된 조선시대 최고의 법의학 지침서였다.
- 살인의 끝, 형벌
조선의 법에 의하면 살인하는 자는 사형. 그러나 동일 범죄라도 신분과 성별에
따라 다른 형벌이 적용됐다. 이를테면 명예 살인이나 양반들의 집단 구타로 인한
살인사건이 현재와 달리 많이 있었다. 정조 시대 때 1,112건의 살인사건을
집대성한 심리록에는 당시 사회상을 엿볼 수 있는 수많은 살인 사건이 등장한다.
그 속에는 신분의 굴레에서 쓰러진 사람들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대의 모순을
극복하려 노력했던 사람들이 함께 존재하고 있다.
신역사스페셜 53회 조선 CSI, 누가 황씨 부인을 죽였나 (2010.12.09. 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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