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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낭송 #현대시 #시쓰기
상처 / ◯◯◯
영원히 치료되지 않아도 좋다.
이 아픔―
내 가슴에 그어진 한 획의 칼자국이
오늘은 폭포 되어
내 심장 한복판을
무섭게도 후려친다.
한걸음 내디딜 때마다
터져 쏟아지는 선홍색의 피, 피……
내 그림자는
어느새
피에 젖어 흐느적대는 나그네.
이 상처,
누가 내 가슴에 아픔을 주었냐고 묻기엔
난 너무도 깊은 내 무덤을 파고 있었고,
아프다고 소리치며 울기엔
난 너무도 많은 나이를 먹어버렸고……
아!
영원히, 영원히 치료되지 않아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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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레 / 고은
바람 부는 날
바람에 빨래 펄럭이는 날
나는 걸레가 되고 싶고
비굴하지 않게 걸레가 되고 싶구나
우리나라 오욕과 오염
그 얼마냐고 묻지 않겠다
오로지 걸레가 되어
단 한 군데라도 겸허하게 닦고 싶구나
걸레가 되어 내 감방 닦던 시절
그 시절 잊어버리지 말자
나는 걸레가 되고 싶구나
걸레가 되어
내 더러운 한평생 닦고 싶구나
닦은 뒤 더러운 걸레
몇 번이라도
몇 번이라도
못 견디도록 헹구어지고 싶구나
새로운 나라 새로운 걸레로 태어나고 싶구나
고은, 『나의 파도소리』, 나남, 1987,p 1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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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 / 모범적 개작
치료되지 않아도 좋다
내 가슴에 그어진 한 획의 칼자국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도지는 상처의 피―
내 그림자도 어느새
피에 젖는다
무덤에 갈 때까지 나도
함께 젖으리라 그림자여
출처 : 오규원, [현대시작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