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그의 에세이 `의미가 없다면 스윙은 없다'에서 “베토벤이나 모차르트의 피아노 소나타는 그와는 좀 다르다. 우리가 그들의 음악을 들을 때 거기에는 늘 베토벤이나 모차르트라는 인간상이 고고하게 자리하고 있다. 그것은 어떤 의미에서는 움직이기 어렵고 범하기 어려운 것이다. 좋든 나쁘든 지위 같은 것이 거기에는 자리하고 있다. 그러나 슈베르트의 음악은 그렇지 않다.
눈높이가 훨씬 낮다. 어려운 것은 생략하고 우리를 따뜻하게 맞아주고 그의 음악이 자아내는 쾌적한 정기 속으로 득실을 따지지 않고 젖어들게 해준다. 거기에 있는 것은 중독이라 할 수 있는 특수한 감각이다. … 중략 … 나는 때때로 슈베르트의 소나타 레코드를 턴테이블에 올리면서 그런 생각을 하곤 했다. 그런 성가신 것을 작곡하는 대신 더 산뜻하고 듣기 좋은 피아노 소나타를 썼더라면 - 당시든 오늘날이든 - 세상에 보다 널리 받아들여지지 않았을까? 실제 그가 작곡한 〈음악의 순간〉과 〈즉흥곡〉 같은 소품집은 오랜 세월에 걸쳐 사람들에게 사랑받아 오지 않았던가. 그에 반해 그가 남긴 피아노 소나타 대부분은 비 오는 날에 신는 운동화 정도의 냉담한 취급밖에 받지 못했다.”라고 적고 있다.
베토벤과 슈베르트로부터 리스트, 슈만, 브람스, 그리고 쇼팽 등으로 이어지는 피아노 소나타를 훑어보면, 피아노음악의 경향은 소나타와 같은 대곡 중심의 작곡 형태가 점점 쇠퇴하고 있음을 감지할 수 있다. 슈베르트 역시 후기에 접어들면서 대곡을 작곡하기 위해 자신의 천재성에 채찍질을 가했지만, 그 역시 음악의 중심은 당시 음악애호가들의 기호에 맞추어 작곡한 작은 규모의 춤곡과 미뉴에트, 왈츠, 렌틀러, 독일 춤곡 등 소품이었다. 이것은 그가 사랑했던 가곡 형식에서 많은 영감을 얻게 된다. 이들 소품들에서 나타난 훌륭한 완성도와 그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던 시적 감흥을 결합한 슈베르트만의 청초한 매력이야말로 훗날 건반악기 작품에 새로운 기운을 불어넣은 선구자적 업적이라고 평가하기에 모자람이 없다. 그리고 그 업적의 한 가운데에는 아름답기 그지없는 여덟 곡의 〈즉흥곡〉이 오롯이 서 있다.
D.935
△제1번 Allegro moderato 비장한 첫 부분, 잔잔하면서도 완만한 중간 부분, 그리고 폭풍우와 같은 마지막 부분의 간결한 3부 형식이다. 0:01
△제2번 Allegretto 〈음악의 순간〉의 마지막곡과 닮은 아름다운 곡이다. 9:53
△제3번 Andante 유일한 변주곡 형식으로 주제는 부수음악 〈로자문데〉에서 차용하였고 이어서 5개의 변주가 화사한 봄날처럼 펼쳐진다. 18:25
△제4번 Allegro scherzando 강렬한 엇박자 리듬이 마자르적인 역동성과 분위기를 풍기고 있다. 마지막엔 아르페지오네가 건반의 맨 끝까지 올라갔다가 내려오는 마치 쏟아지는 폭포처럼 인상적이다. 30:24
출처 : 의사신문(www.doctors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