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꿈꾸는 연금술사 파로스입니다. 오늘은 지광스님의 신심명 법성게와 함께 하고자 합니다.
任性合道 임성합도 자성에 맡겨 도에 합치되면
逍遙絶惱 소요절뇌 일 없는 듯 번뇌가 끊어진다.
본성의 성은 자성과 같은 말로 우리 마음의 본성을 뜻합니다. 마음의 본래 자리에 맡기면 도에 부합되는 삶을 살게 된다는 것입니다.
이럴까 저럴까 하는 분별심을 내게 되면 도에서 멀어집니다.
'나'라는 생각을 내려놓으면 자성의 마음만 나오므로 마음이 시키는 대로 하면 되는 것입니다.
'소요'란 근심 걱정이 없어 마음에 여유가 생기니 즐겁게 소일 할 수 있다는 것이고,
절뇌는 일체 번뇌를 단절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걱정하지 않고 본래 마음 가는 대로 맡기면 대도에 합치된다는 것입니다.
마음에 안정을 찾고 여유롭게 일상생활을 할 수 있게 되면 모든 번뇌를 잡을 수 있다는 말입니다.
어디에도 걸리지 않는 자유로움을 소요자재라 합니다.
먹은 마음 하나 없이 뜰 앞을 거닐면 풀잎에 맺힌 이슬도 나뭇가지 사이로 비치는 햇살도
선명하고 영롱하게 다 보입니다. 아무런 마음이 없다 하여 멍청하게 뜰을 거니는 것과는 다릅니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 소요만큼 좋은 게 없습니다.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아무리 많은 것을 알아도
알음알이에 걸리지 않고, 아무리 돈을 많이 가졌어도 그 돈에 걸리지 않습니다.
소요하는 마음에는 걸림이 없어 번뇌가 다 끊어집니다.
누가 보고 싶어 죽겠는 것도 번뇌이고 보기 싫어 죽겠는 것도 번뇌입니다.
번뇌는 머무는 마음이니 나를 비우고 본래 성품에 맡기면 번뇌 망상은 모두 사라지게 됩니다.
우리의 근본 성품자리는 일체의 대립과 충돌, 갈등을 떠난 원만구족한 자리입니다.
성공과 실패, 칭찬과 비방, 어떤 상대적인 견해와 가치에도 흔들림이 없습니다.
집착의 그물에서 벗어나 번뇌 망상을 없애려 하지도 않고, 진리를 구하려 않으니
아무런 두려움이 없습니다.
중도의 삶을 살아가는 자유인이 되는 것입니다.
중종 때 김정국은 기묘사화로 인해 동부승지의 자리에서 쫓겨난 사람입니다.
낙향하여 집 근처에 장자를 짓고 스스로를 팔여거사 불렀습니다.
'팔여'란 여덟 가지가 넉넉하다는 뜻인데 녹복도 끊긴 처지에 어째서
그러한 호를 지었는지 친구가 물었습니다.
"토란국과 보리밥을 넉넉하게 먹고, 따뜻한 온돌에서 잠을 넉넉하게 자고,
맑은 샘물을 넉넉하게 마신다네. 또한 서가에 가득한 책을 넉넉하게 보고,
봄꽃과 가을 달빛을 넉넉하게 감상하고, 새와 솔바람 소리를 넉넉하게 듣고,
눈 속에 핀 매화와 서리 맞은 국화 향기도 넉넉하게 맡는다네.
여기에 한 가지 더 하여, 이 일곱가지를 넉넉하게 즐길 수 있으니
어찌 부족함이 있겠는가"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는 편안한 마음으로 분수를 지키며 현재에 만족하는 안분지족의 삶을 산 사람이었습니다.
부처의 마음으로 사는 사람에게는 산하대지가
다 내집이므로 물처럼 구름처럼 인연 따라 그렇게 흘러갑니다.
어떻게 잘 먹고 잘 살것인가 걱정하지 않습니다.
이 것은 되고 저것은 안 된다거나, 이건 이래야 하고 전건 저래야 한다고 어떤 틀을 만들지 않습니다.
누구도 그 무엇도 틀 속에 가두지 않습니다.
순간순간 최선을 다하면서 완전히 몰입하고 완전 연소하는 삶을 살며, 언제나 긍정적이고 역동적인 자세로 창조적인 삶을 살아갑니다.
번뇌 망상에 내주었던 내 마음의 주인이 되어 여여하게 세상을 살아가는 것입니다.
繫念乖眞 계념괴진 한 생각 일으키면 참으로부터 멀어지고 혼침하여 좋지 않다.
昏沈不好 혼침불호
한 생각에 결박되면 정신이 산란해지고 번뇌 망상이 쌓여 진리로부터 멀어진다.
혼침에 떨어져 정신이 몽롱한 것도 수행에 좋지 않다.
계념이란 한 생각에 얽매여 자신의 생각에 스스로 속박되어 버린다는 뜻입니다.
마음자리에서 일어나는 욕망과 번뇌 망상에 집착하는 경계를 말합니다.
망념에 사로잡히면 사량 분별을 하게 되고 온갖 생각이 실타래처럼 엉키게 되어
참에서 멀어진다 하여 괴진이라 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모든 번뇌 망상을 놓아버리면 무위자연으로 돌아간다고 했습니다.
자연스럽다는 것은 봄이 되면 꽃을 피우고 가을이면 잎을 떨굿듯
인연을 따르는 것입니다.
그 어떤 인위적인 조작도 시비분별도 없습니다.
그런데 자꾸만 계교를 부리고 중새이니 부처니 사량 분별을 해버리면
생각에 결박당하므로 진리로부터 멀어지게 됩니다.
번뇌 망상에 얽매어 시간을 낭비하는 것은 우리의 삶이나 수행에도 해가 될 뿐입니다.
집착을 여의면 맑고 깨끗한 마음이 되어 모든 게 다 잘 보입니다.
이익이 있는 일에 이익이 있을 것을 알고, 이익이 없는 일에 이익이 없을 것을 자연스럽게 알게 됩니다.
그러나 집착에 사로잡히고 욕망의 포로가 됨녀 현상을 보는 눈에 착각이 생겨 혼미한 경계에 빠집니다.
은행에 근무하는 사람은 매일 많은 돈을 만지고 살지만 그 돈을 내가 하는 일의 대상으로 생각하여
무심하게 보면 문제가 없습니다.
그런데 단순한 종잇장으로 보이던 것이 진짜 돈으로 보일 때 문제가 생깁니다.
욕심에 눈이 가려 마음의 평정을 잃게 되고 제대로 된 판단을 할 수 없게 됩니다.
생각이 흐려저서 바른 생각으로부터 멀어지게 되는 것입니다.
번뇌는 끊어내면 그만이지만 혼침에 빠지면그게 제일 큰 병입니다.
'혼'은 어두울 혼이고 침은 가라앉을 침으로, 몽롱한 상태에서 생각에 잠기는 것을 말합니다.
쓸데없는 생각을 많이 하면 머릿속이 흐리멍덩해지니 좋은 일이 생길 수 없습니다.
혼침을 자는 것과도 다르고 졸린 것과도 다릅니다.
혼침에 빠지면 아무 기억이나 생각없이 멍하게 살게 됩니다.
참선 중에 화두를 놓치고 멍하게 않아 이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혼침에 잠겼기 때문입니다.
수행 중에 혼침에 떨어지게 되면 번뇌망상만 쌓일 뿐 참에서 멀어지게 됩니다.
생각에 얽매어도 병이고 혼침에 빠져도 병이니 이 모두를 버리라 하는 것입니다.
번뇌가 일어나면 빨리 생각을 다른 데로 돌려야 합니다. 생각이 나오는 자리는 같은 자리이기 때문에
부처님을 생각하는 자리에 다른 생각이 나올 수 없습니다.
자기 이익에 집착하여 일어나는 생각들을 끊지 않으면 번뇌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한 생각 한 생각 다스려 늘 성성하게 깨어 마음의 움직임을 살피고 알아차려야 합니다.
감사합니다. 꿈꾸는 연금술사 파로스였습니다.